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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프로가 갑자기 아이의 꿈을 뒤 흔들던 순간

좌충우돌 아이 성장기

by raony 2019. 6. 13.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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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도  골목식당 나와서 "나 백종원이에요" 하고, 학생들 급식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는 백종원이 대세로 자리하며 이곳 저곳에 많은 요리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있지만...

녀석이 중학생이 되고 어느 순간 시작된 요리 프로그램을 보더니 느닷

 

"저 요리사 되어 볼래요. 우리반 친구는 이미 방향을 결정하고 요리학원도 다녀요

 나두 함 배볼래요"

"너 요리사가 만만해 보이니? 쉬운 직업으로 보여?" 했더니

"머 어차피 쉬운게 어디 있겠어요. 하다 안되면 마는거죠 

 당장 식당에서 일할 것도 아닌데요. 왜? 안되요!"

 

할말을 없게 만들더니

학교 수업시간에도 가끔 요리가 있는지 재료도 준비해 가야 한다고 하고...

집에 혼자 있을 때 틈틈이 먼가를 만들어 보고 난리법석 부르스를 친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겨지고...

그때마다 큰 짜증섞인 큰 소리가 울려퍼지는 것 같기도 하고...

얏 이게 머야...누가 설거지 하라고 이래 났어 엉...

비명인지 짜증인지 모를 소리에 모른 척~~~

 

그러던 어느날부터 가끔씩 늦은 귀가 식탁위에 등장하던 

"이게 뭐지? 전혀 낮선 레시피의 이것들은?"

 

첫번째, 볶음밥

먼가 야단법석이 휩쓸고 지나간 가스렌지를 빼고는 그럴듯 해보이는데

맛은 으음 겐챦다.

"제법인데!" 했더니

"그죠 괜챦죠"

이게 "퓨전 볶음밥인데요 내가 먹어봐도 맛있더라구요 소질 보이질 않아요?"

"맛은 있긴 하다. 근데 저기 저것들은 머니? 했으면 뒷처리도 해야지!"

"아 저거요 아직 뒷처리는 관심이 없어서요. 한소리 들으면 되죠 머"

 

 

그 다음은 용돈으로 사리면, 토마토 등등 사다가 무엇이라고 만들어서 내 놓았는데

비쥬얼은 둘째치고 여엉...땡기지 않는데

근데 맛은 크윽 진짜 제법이었다.

무엇이 어떻게 뒤 섞였는지 오묘하고 신기한 맛

근데 들어갈 수록 먼가 젓가락을 놓게 만드는 묘한 여운

"우째 맛이 시작과 중간, 그리고 끝이 화악 다르냐..."

"점점 느끼해지는게 용두사미 음식이네 그려"

"그래요 내 입맛에 딱이던데..."

"얌마 음식이 니 입맛만 따진다더냐."

"에잇 그럼 실패! 인정 인정"

그리고 볶은 밥에 치즈와 계란 푸라이의 앙상블....

어째 스타이일 다 요런쪽으로 한정되어 있는지...

이런 것들이 제일 만들기 쉬운건가?

암튼 맛은 조금 있었고....

 

이렇게 중딩 한 순간을 보내면서 요리의 종류가 점점 다양화 되어가는 가 싶더니

 

그러던 어느날

이젠 그만할래요

점점 재미없고 귀챦아져요.

용돈도 요리 재료 사는데 다 들어가고...

그렇다고 용돈 올려주실꺼도 아니고....이제부터 GIVE UP

요리사가 되어보고 싶다던 막연한 꿈은 접었지만

그래도 요리가 재미는 있다며 이것 저것 만들어 보는 것은 아직도 쭈욱~~~

덕분에 비슷한 입맛에 길들여져 있던 우리는

조금은 색다른 맛도 경험해보곤 한다.

 

주말 어느날은...

짜쟌~~~오늘은 제가 요리사.

하지만 난 산에 가있는지라 그 맛을 제대로 못 느껴보고 있다는...

 

근데 건진건 있어요.

혼자 딩굴다 뭔가 맛있는 먹고 싶을때

제가 먹고 싶은 거 해먹을 수 있게 되었으니 그것으로 만족요!

됐죠.....이제 등뒤로 들리는 날카로운 소리 안들어도 되고...아휴..

헐헐~ 기가 막힌 듯한 표정의 한 사람을 뒤로하고

그 녀석에게 요리사의 꿈이 질풍노도처럼 지나갔다.

 

하지만....

그때 그 경험들이 고딩이 된 녀석에게는 또 다른 이득으로 작용하고 있으니...

아니 그 녀석뿐 아니라 우리에게도 시간적 이득으로 작용하고 있다.

바쁜데 어떻게 안되겠니.

네 걱정마세요

제가 알아서 챙겨먹고 학교 갈께요.

아주 아주 뒷처리 깔끔한 심플한 요리로 후다닥 뱃속 채우고 가버리는 녀석이 되어 있으니...

질풍노도의 시기를 아직 살아가고 있는 녀석이지만....

먼가에 도전해 본다는 것은  

그 도전이 나쁜짓만 아니라면

애써 못하게, 하지말라고만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것을 알게 된 계기도 되었고....

 

<2015년 어느 순간부터 요리사가 되겠다면 좌충우돌 하던 녀석의 요리사 되기 모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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