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 속에서 문득 떠오르는 즐거움이 있다. 아주 아주 꼬마였던 시절, 동심이 살아 숨 쉬던 어린 여름날. 해마다 계절이 6월을 향하면 마음이 먼저 움직인다. 몸은 도시의 일상에 묶여 있어도, 마음은 이미 양양 법수치 냇가로 철렵을 떠나고 있다.
사전에는 '천렵(川獵)'이라 적혀 있다.
천렵은 "바쁜 농사일을 끝내고 먹거리 장만해서 계곡이나 강가로 소풍가는 것"즉, 내천와 사냥할 엽자를 쓰는 단어이므로므 천렵이 맞다고 한다.
하지만 고향에서는 "철렵"이라 하였다. 즉, 내천와 사냥할 엽자를 쓰는 단어이므로므 천렵이 맞다고 한다.
농사철 중 가장 바쁘고 힘든 일 중의 하나가 바로 모내기였던 것 같다. 이 시기가 되면 동네 사람들 함께 어울려 순번제로 이집 저집 모내기 다 마치고 나면 각 집집마다 무엇을 갖고 갈지 결정하고 나서 가마솥, 고추장, 김치, 쪽대 등등 꾸려 짊어지고 냇가로 향했다.
웃통을 벗은 어른들은 물속에서 고기를 몰고, 아이들은 신나게 물장난을 치며 따라다닌다. 물가에는 고기 매운탕을 준비하는 여인들의 손길이 분주하고, 쪽대 사이로는 메기, 곤들메기, 버들치, 모래무지, 기름종지까지 일급수의 생명들이 파닥거린다. 가끔 민물장어가 잡히면 “잡았다!” 하는 환호가 산골짜기를 울리고, 아이들은 옆에서 가재를 쫓으며 꿈만 같은 한나절을 보낸다.
쪽대 서너 개를 펼쳐놓고 위에서부터 살살 몰아 내려오면, 맑은 물 밖으로는 보이지 않던 물고기들이 쪽대 안에서 파닥거렸다. 일급수에서만 산다는 메기, 산천어라 불리던 곤들메기, 반짝이는 기름종지, 재빠른 버들치, 모래 바닥을 닮은 모래무지까지. 때로는 꿈에 그리던 민물장어가 서너 마리 잡히기라도 하면, 환호성이 냇가를 가득 채웠다. 한쪽에서는 아이들이 가재를 잡겠다고 돌 틈을 살피며 땀을 흘렸다. 그 작고 순수한 동심이 살아 숨 쉬던 시간, 그 추억은 늘 여름만 되면 나를 부르고, 잊고 지내던 발걸음을 재촉하게 만든다.
지금도 6월이면 우리는 모인다. 고
향 친구들과 다시 그 시절의 감흥을 되살리기 위해.
하지만 어린 시절의 여운은 좀처럼 돌아오지 않는다. 동심으로 바라보던 세상과, 삶에 물든 지금의 시선은 다르다.
법수치리
2002년인가 루사가 없었다면 이곳은 아직도 오지로 남아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인가 서너채에 전기도 차도 드나들지 않던 이곳이 루사가 휩쓸고 간 이후 수해복구가 이루어지면서 길이 넓혀지고 다리가 놓이면서 펜션들이 하나 둘 들어서고....
지금은 대표적 여름철 휴가 명소로 변해있다. 이웃 면옥치리와 함께....
강가도 변했다. 민물장어와 곤들메기는 어느새 자취를 감추고, 그 자리를 꺽지가 대신한다. 그래도 메기며 버들치, 기름종지는 여전히 쪽대 속에서 손맛을 선사해준다.
이번에도 우린 2시에 도착할 생각이었지만, 어느새 해가 기운 뒤였다.
"우이씨…" 누군가가 투덜대지만, 그것조차 정겹다.
그래도 현지 맨 혼자서 고군분투하며 많은 양을 포획, 하루 먹거리로는 손색이 없었다.
냇가 옆에 나란히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물고기를 손질했다. 장난도 치고, 그동안 묵혀두었던 이야기 보따리도 풀었다.
강가에 소탐스럽게 달렸던 산딸기와 지인의 가지고 온 머루를 꺼내 놓는다.
정말 탐스러워 보이는 산딸기
저녁 상에는 친구가 직접 담갔다는 고추장으로 끓인 얼큰한 매운탕이 올랐다. 옆 텃밭에서 막 따온 싱싱한 파와 부추가 더해지고, 이웃 바닷가에서 공수해 온 회까지 더해지니, 진수성찬이 따로 없었다.
매운탕 맛에 모두 감탄사를 연발하며 포만감과 즐거움에 흠뻑 취했다. 그 특별한 맛과 분위기를 처음 경험하는 친구들은 그저 신기해할 따름이었다. 맛있는 음식에 배가 부르고, 술기운에 흥이 오르자 누군가가 "노래가 없다!" 외쳤다.
그러자 일행이자 집 주인인 친구가 기다렸다는 듯이 노래방 기계를 들고 나왔다.
술잔이 돌고, 웃음이 터지고, 노래가 없다는 누군가의 외침에 주인장이 노래방 기기를 들고 나왔다.
야외 노래방. 그 낡은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선율이 밤공기와 어우러지고, 우리는 노래보다 추억을 더 크게 불렀다.
다음날 아침
빗소리에 살며시 눈을 떴다. 사방이 조용했다.
오직 비의 속삭임만이 귓가를 간질였다. 그 순간 문득, 마음이 이끈다.
"바다를 보고 싶다."
우린 하조대로 줄행랑쳤다. 그 촉촉한 유혹에 기꺼이 이끌려, 비 내리는 바다를 향해 또 하나의 여름을 열러 간다.
비에 젖어드는 하조대 해변
비에 젖어드는 해변가가 여유롭다.
혼자만의 바닷가의 풍경을 만끽하고 돌아오니 지인 한분이 툴툴댄다.
그 좋은 풍경을 혼자 보고 왔냐고 하면서 다시 가자고 하여 다시 바닷가로 GOgo
아침은 어제 남은 매운탕에 라면을 첨가하여 라면 매운탕으로 대체하고 그냥 갈 수 없기에 비야 내리든 말든 살방 살방 주변 투어에 나선다.
의상대사 지었다는 절 어성전 명주사에 들린 후 일행 전부 하조대로 향한다.
하륜과 조준이 유배시절 지었다는 정자가 있는 하조대에 올라 바다풍경 감상하고 비와 어우러지는 전과 묵으로 가볍게 막걸리 일잔 나누고....
헤어지긴 너무 이른 시간이라....강릉 경포대 투어에 나서 본다.
경포호와 연꽃 풍경을 돌아보노라니 갑자기 장대같은 빗줄기가 들이친다.
오호 애재라...
비를 흠뻑 맞아도 좋으련만 아쉽게도 여벌 옷이 없단다.
그래서...이렇게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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