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태어난후 생후 2년까지는 폭풍성장
유아기, 아동기, 질풍노도기 다 지나고 어엿한 청년이 된다는 묘생
이녀석이 생후 3개월 즈음에 와서 앙앙거리면서도 순둥순둥
가끔은 짖궂은 장난도 쳐대고
어쩌다 생후 2개월짜리 하나 데려왔더니 마치동생이라도 되듯
아니 보모라도 되듯 애지중지 보다듬던....
아니 남자니께 계부라고 해야하나...우쨋듯....
병원 응급 한번 댕겨오고는 3년 9개월을 옆에서 함께 보내고 있긴 한데
생후 4년이 되어가던 무렵부터 부쩍 능글맞어지고
밴질거리기도 하는데...
치킨맛에 들리더니 밖에 오토바이 멈추는 소리만 들리면
귀 쫑긋쫑긋...
현관 누군가 발소리 들리면 바로 현관 문지기로 돌변
계산할때 까지 뺀히 쳐다보다 식탐이 시작된다.
냥냥 치킨 치킨 치킨
그러다 앞발 번쩍들고 식탁위에 터억 올리고 두리번 두리번...
달라말이다냥
20대 마직막을 넘어가던 어느날부터 싱크대를 탐하기 시작하던 이 녀석
참치 사료 섞어 맛있게...
사료빼고 참치만 냠냠
그리고도 부족하다고 계속 달라고 냥냥
사료는 등한시하고...밤 12시 넘으면 씽크대 사냥
부지런히 참치캔 사나르며 길을 잘못들여 일 났다고...
저걸 우짜지....우짜지...
그러던 어느 토욜...사료를 주다가 문득 이상한 느낌
반쯤이나 남은 이녀석 사료에서 먼가 묘한 내음이...
석유 냄새 같기도 하고...암튼 그리 좋은 냄새는 아니고...
유통기한은 좀 남았고, 사료도 3분의 1 이상 남고...
사료 때문이라 생각으로 부리나케 달려가
출고 딱지에 잉크가 채 마르기 전의 사료를 선택하고
돌아와 개봉하고 사료그릇에 담아주려는 순간
마치 걸신 들린 듯 미쳐 날뛰며 냥냥대더니 폭풍 흡입 시작!!!
적당을 알던 녀석에게 적당의 선이 사라진듯 먹고 또 먹고
틈만나면 달려와 아양에 으르렁에 냥냥에 먹이 달라고 보채며
먹어대더니 몸은 무거워지고 살은 찌는건지 부어버리는건지 알수 없어지고
그렇게 3주 가용할 식량을 불과 열흘만에 후딱 해치운다.
그후 활력이 떨어지고 만사 구차니즘에 빠져드는 듯 하더니
뭔가를 느꼈는지 다시 식사 조절에 들어가더니
예전의 상큼발랄 묘생이 되어가고
싱크대 탐하던 짓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쳐다보지도 않고....
그대신 점점 능글맞어지고 밴질대기 시작한다.
어엿한 30대 초반의 기질을 보이듯이 침대에 떠억하니 자립잡고
세월아 내월아 늘어지고
툭 건드려 보면 귀챦다는 듯이 앞발 한번 뒤젓고 돌아눕고 자는 척
그러다 심심해지면 슬슬 놀자 발동걸며
냐앙 냐앙 대고...
학교에서 늦은 귀가하는 아들녀석 책상머리 앉으면 훌쩍 뛰어 올라
컴질하려는 녀석 빤히 쳐다보다가 앞발로 툭툭 건드려보고
개무시 당하는 듯한 느낌 받았는지 마우스에 발 턱 걸치듯 내밀어도 보고
구챦다는 듯이 "야 별이...내려가"하면
한발로 툭 치고 바닥 내려와 발밑에서 발을 물고 앞발로 긁고 한다고
아들넘은 궁시렁 궁시렁
묘생도 그런가 보다
유아~아동~청소년기~청년기를 폭풍처럼 보내고 나면
산전수전 다 겪은 인생마냥
묘생도 여유도 생기고 나이좀 먹었다고
어깨도 좀 세우려들고 그러나 보다.
저러다 묘생이 인간 나이 40대가 되면
어른 노릇할려고 나대는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래도 저 녀석때문에 청소년기 막바지를 보내며
어엿한 청년을 들어설 준비 시기의 아들녀석과
공통된 대화 주제가 형성되고...
밖에서 집으로 전화통화가 이루어지는날이면
그가 누구든 능글맞아지고 있는 녀석은 안부를 묻게 된다.
별이는 머해?
별이는요?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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